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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의 독성에 이식했던 자가진피뿐만 아니라 제 원래 코끝 연골과 정상 살점까지 녹아내린 코끝은 부기가 빠지고 상처가 아물수록 마치 칼로 뭉텅 잘라낸 것처럼 뭉툭하게 파여 들어가고 코가 점점 들려갔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숨이 멎는 것 같다"는 말을 이때 실감했습니다.
잘려 나간 듯한 흉측한 코를 마스크 속에 감춘 채, 눈물로 꼬박 1년을 버텼습니다.
이번 수술은 제 인생의 11번째 절개 수술이었습니다.
이미 한쪽 엉덩이 골에서 진피를 뗐던 상태였기에, 이번에는 반대쪽 엉덩이 골 부위를 절개해 새로운 자가진피를 채취했습니다.
수술 전 상담에서 원장님과 가장 치열하게 대립했던 쟁점은 바로 '콧대 끝 연골을 깎아내는 문제'였습니다.

원장님의 진단: "이식된 진피와 살이 매끄럽게 연결되고 라인이 예쁘게 떨어지려면, 콧대 끝의 연골 경계 부위를 살짝 깎아내고 평평하게 다듬은 뒤 진피를 얹어야 합니다."
나의 불안감: "선생님, 저는 제 연골을 깎고 싶지 않아요. 이미 코 조직이 너무 망실되었는데 깎아냈다가 혹시라도 더 낮아지면 어떡하나요?" 패임부분만 재건하고싶습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결국 '수십 년 경력의 진피 장인이신 원장님의 안목이 맞겠지' 하며 제 의견을 꺾고 원장님의 플랜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수술방향은 콧대끝의 연골을 깍고 콧대 가운데부터 코끝까지 자가진피를 이식하는 것 이이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후 또 한 번의 뼈아픈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수술 직후에는 두툼한 진피가 들어가 코끝 결손 부위가 다시 동글통통하게 채워지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1년전 맨처음 자가진피 이식을 했을때와는 완전 다른 수술직후부터 진피가 메부리로 이식되었고 왜이렇게 이식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다 흡수가되어 일자가 될꺼라는 의사선생님 말에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자가진피이식 9일차 사진>

하지만 3~4달이 지나면서 끔찍한 악몽이 시작되었습니다.
염증을 심하게 겪었던 조직은 정상 조직에 비해 혈관망이 손상되어, 그로 인해 새로 이식한 자가진피의 흡수율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진피가 무서운 속도로 쑥 빠져버리자, 사단이 났습니다.
진피를 얹기 위해 의도적으로 깎아두었던 콧대 끝 부위의 볼륨이 푹 꺼지며 아래로 푹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콧대 중간은 본래 뼈가 있어 솟아있는데, 깎아낸 콧대 끝과 코끝 부위만 푹 꺼져버림
정면과 측면에서 봤을 때 콧등만 툭 튀어나온 '심각한 매부리코' 변형 발생

콧대끝이 주저앉으면서 코끝 라인이 다시 뭉개지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기괴하게 무너짐
잘려 나간 코끝을 살려내려다, 이번에는 '콧대끝이 주저앉은 매부리코'라는 새로운 재앙을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완벽한 대실패였습니다.
염증 겪은 코의 진피 재수술, 무엇을 간과했을까?
이 실패를 겪고 나서 며칠 밤을 새우며 논문과 사례를 파고들었습니다.
자가진피는 본래 20~40% 정도 흡수된 뒤 남은 살이 평생 본인 살로 생착되는 훌륭한 재료지만, '급성 염증을 겪은 이력이 있는 코'에서는 계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손상된 혈류 베이스(Bed)의 한계: 염증으로 흉터화(섬유화)된 부위는 모세혈관 생성이 더뎌, 이식된 진피에 피가 제때 돌지 못하고 높은 비율로 괴사되거나 흡수됩니다.
골격 지지대 깎임의 위험성: 진피는 젤리처럼 부드러운 연부조직입니다. 아래를 받쳐주던 단단한 연골/뼈를 깎아낸 상태에서 상부 진피가 흡수되어 버리면, 이를 지탱해 줄 바닥이 없어 바닥 채로 폭삭 주저앉게(Saddle nose 형태) 됩니다.
뼈나 연골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는 뼈저린 자책감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제 코는 또다시 기형적인 형태로 굳어가고 있었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튀어나온 매부리와 푹 꺼진 콧대 끝을 보며 절망했지만, 원장님께서는 이번에도 환자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른 병원들처럼 "환자 살성 탓이다", "염증 났던 코라 어쩔 수 없다"며 발뺌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고 재건을 약속해 주시는 태도에 무너졌던 마음을 다시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 예고]
4개월차에 맞았던 진피주사가 결절이되고 코 피부가 오렌지껍질이되고 바늘자국 알갱이 흉살로 남은 이야기
<코수술 12번진행중 & 재건 여정 함께 읽는 글>
1탄 : https://tory12.tistory.com/29 뾰족한늑연골과 하얀연골비침
2탄 : https://tory12.tistory.com/30 연골비침,코패임
3탄 : https://tory12.tistory.com/31 코패임에 자가지방이식
4탄 : https://tory12.tistory.com/32 기증늑연골부작용,짝짝이 콧구멍
5탄 : https://tory12.tistory.com/33 코재건 성형외과 고르는 기준
6탄 : https://tory12.tistory.com/35 아옵번째코수술 자가진피이식
7탄 : https://tory12.tistory.com/36 미간진피조절,코끝에 하얗게 튀어나온 흉살
8탄 : https://tory12.tistory.com/37 자가진피수술후 급성염증과 녹아내린 코끝
9탄 : https://tory12.tistory.com/38 자가진피 재수술의 대실패 콧대끝주저앉음,메부리코가 된 이야기
10탄 : https://tory12.tistory.com/39 진피주사 후 결절 오렌지껍질 피부와 바늘자국 흉살
11탄 : https://tory12.tistory.com/40 비주 절개선 흉터, 혈관레이저
12탄 : https://tory12.tistory.com/41 12탄 콧대끝를 왜 깎았을까… 극심한 자책과 우울증 속에서 나를 살려낸 글
13탄 : https://tory12.tistory.com/42 비개방 콧대끝 자가진피 재건 (비개방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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