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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끝은 푹 주저앉아 매부리가 솟아올랐고, 덜 풀린 흉살에 맞은 진피주사는 오렌지 껍질 같은 요철과 알갱이 흉살을 남겼습니다. 비주의 시뻘건 흉터를 지우려 레이저를 받으러 다니는 내내, 저를 가장 잔인하게 찌른 것은 수술 통증이나 흉터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내가 내 손으로 내 코를 망쳤다'는 지독한 자책감이었습니다.
"그때 의사 선생님이 콧대 끝을 깎자고 했을 때 왜 더 강하게 말리지 못했을까?
밤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피눈물을 쏟았습니다.
또다시 잘못된 판단으로 코를 망가뜨렸다는 괴리감은 순식간에 저를 지독한 우울증과 거울 공포증의 낭떠러지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렇게 숨도 쉬기 힘들 만큼 스스로를 저주하던 어느 날, 저를 벼랑 끝에서 붙잡아준 것은 종이 위에 적힌 몇 줄의 글귀였습니다
(사진: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꺼내 읽으며 눈물 흘렸던 마인드 확언 글귀 사진)

스스로에게 끝없이 화살을 겨누던 날, 가슴을 후벼 파며 들어온 문장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일은 아쉽다.
하지만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관리와 선택에 집중하자.
그때의 나는 그때 가진 정보로 결정했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지금의 나를 계속 벌줄 필요는 없다."
이 구절을 소리 내어 읽는 순간, 가슴속에 얹혀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부서져 내리듯 오열했습니다.
돌아보면 그렇습니다. 그때의 저는 어떻게든 염증으로 잘려 나간 코끝을 살려내고 싶었고, 그 당시 내가 가진 지식과 원장님의 의학적 판단을 신뢰하여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내가 일부러 내 코를 망치려고 콧대끝를 깎은 것이 아닌데, 왜 나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선택을 끄집어내어 오늘 하루의 나를 이토록 모질게 학대하고 벌주고 있었을까요?
"후회는 할 수 있지만, 그 후회가 내 삶 전체를 지배하게 두지는 말자."
그 글귀를 세면대 거울 옆과 침대 맡에 붙여두고, 마음속에서 자책의 칼날이 올라올 때마다 주문처럼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다잡아주던 글 속에는 제 인생의 관점을 송두리째 바꾼 또 다른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외모 하나로 결정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지금의 나를 존중한다.
나는 내 몸을 적이 아니라 동반자로 대한다.
나는 매일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완벽함보다 편안함을 선택한다."
"나는 외모 때문에 얼마나 쉽게 내 자신을 몰아붙이는지 알게 됐다.
나는 건강과 안정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동안 저는 뒤틀리고 흉터로 얼룩진 제 코를 '부끄러운 흉물', '하루빨리 뜯어고쳐야 할 적'으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열 번 가까이 칼이 들어오고, 급성 염증으로 피고름이 터져 나오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제 코의 미세혈관과 살점들은 주인을 위해 어떻게든 피를 통하게 하려 필사적으로 버텨주고 있었습니다.
정작 코를 혹사시킨 건 저의 조급함과 욕심이었는데, 묵묵히 버텨준 내 몸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이제 너를 적으로 대하지 않고 평생 함께 갈 동반자로 아껴줄게."
내 몸을 적이 아닌 동반자로 인정하고 나자, 지옥 같았던 1년의 재건 대기 시간이 '내 몸의 상처를 보듬고 멘탈을 단단하게 다지는 시간'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성형 실패로 무너져 내린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
코 재수술의 늪에 빠져 부작용과 변형으로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리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내가 왜 첫 수술을 했을까", "왜 그 병원을 골랐을까", "왜 그때 섣부르게 재수술을 했을까"… 수많은 '왜'들이 꼬리를 물며 스스로를 찌르고 계실 줄 압니다.
하지만 꼭 기억해 주세요.
그때의 당신은 당신이 가진 상황과 정보 속에서 가장 나아지고 싶어 내린 간절한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당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며, 지금의 당신을 매일 벌줄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스스로를 용서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야만, 다음 수술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피해야 할지 냉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단단하게 추스른 저는, 1년 뒤 마침내 원장님과 마주 앉아 '주저앉은 콧대 끝을 세우기 위한 12번째 수술'을 두고 치열한 의학적 담판을 벌이게 됩니다.
[다음 편 예고]
"또 개방해서 콧대 뼈를 깎아야 합니다"라는 의사의 진단.
이에 맞서 "이미 비주 레이저까지 받았는데 또 열면 비주 괴사가 온다, 뼈 깎지 말고 비개방으로 가자"며 의사를 설득해 낸 치열했던 상담 과정,
12번째 수술, 의사와 담판 짓고 비개방으로 진행한 콧대끝 재건 25일 차 솔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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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탄 : https://tory12.tistory.com/41 12탄 콧대끝를 왜 깎았을까… 극심한 자책과 우울증 속에서 나를 살려낸 글
13탄 : https://tory12.tistory.com/42 비개방 콧대끝 자가진피 재건 (비개방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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