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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 흉터 레이저를 받고, 자책과 절망 속에서 멘탈을 다잡으며 꼬박 1년을 버텼습니다.
마침내 주저앉은 콧대 끝을 다시 세우기 위한 대망의 12번째 수술을 앞두고 원장실에서 마주 앉았습니다.
하지만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원장실 안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원장님이 제시하신 수술 플랜과 제가 생각한 방향이 정면으로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원장님의 의견: "안쪽 시야를 제대로 확보하려면 코를 다시 개방해야 합니다. 그리고 매부리처럼 튀어나온 콧대를 깎아서 평평하게 낮춘 뒤 진피를 얹어야 라인이 매끄럽습니다."
나의 강력한 반대: "선생님, 더 이상의 개방과 뼈 깎기는 절대 안 됩니다."
과거의 저였다면 "원장님이 알아서 잘해주시겠지" 하고 따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번 수술 실패를 겪으며 뼈저리게 공부한 저는, 이번만큼은 제 원칙을 굽힐 수 없었습니다.
<왼쪽 : 11번째 수술 자가진피 재이식후 1년2개월사진(콧대끝을 깍아서 주저앉음,콧대는 진피와 흉살로 메부리가 되었음 , 오른쪽 11번째 수술 자가진피 재이식 9일차사진>

<원장님을 설득한 2가지 이유>
1. "매부리는 뼈가 아니라 진피인데, 뼈를 왜 깎나요?"
11번째 수술전뿐만아니라 최초 자가진피를 이식하기도 전부터 나는 저부위의 메부리코가 아니였으며 일자코였음..
과거 콧대 끝 연골을 깎았다가 진피가 과흡수되면서 주저앉고 콧대는 진피이식으로 매부리가 된 것이었습니다. 지금 솟아있는 매부리는 골격 뼈가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이식했던 자가진피 조직과 흉살이 뭉쳐있는 상태였습니다.
정상 뼈를 또 깎아냈다가는, 훗날 진피가 또 흡수되었을 때 콧대 바닥 자체가 폭삭 내려앉는 재앙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뼈는 단 1mm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콧때 튀어나온곳이 진피라고 한들 미세한 진피조정은 쉬운일이 아니며 또한 리스크가 큰수술이라 진피든 뼈든 나는 깍지 않기로 함)
2. "비주를 또 개방하면 괴사나 말림(구축)이 옵니다."
지난 수술 당시 병원에서 "이제 마지막 수술이니 비주 흉터 치료를 받으라"고 해서, 저는 피부과에서 레이저(바스큐)를 5회나 받고 겨우 붉은 기를 가라앉혀 놓은 상태였습니다.
수없이 째고 꿰매어 혈관이 망가진 비주를 또다시 개방한다면, 혈액 순환이 완전히 끊겨 비주 피부가 괴사하거나 안쪽으로 말려 올라가는 최악의 비주퇴축이 올 확률이 높다 하였습니다.
"모양이 조금 덜 완벽하더라도 좋습니다. 화려한 코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저는 안전하게 제 코를 지키는 것이 1순위입니다. 무조건 비개방으로 가길 원합니다."
팽팽한 대화 끝에 원장님께서도 제 절박함과 합리적인 주장을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수술을 2단계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최종 합의했습니다.
1단계 (이번 수술): 콧대 뼈는 일절 깎지 않고, 비개방으로 주저앉은 콧대 끝에 자가진피를 채워 라인을 복원한다.
2단계 (1년 뒤): 조직이 완전히 안정되면 비개방으로 코끝 자가진피 이식 및 미세한 라인을 다듬는 시술(진피주사 등)로 최종 마무리를 짓는다.
그렇게 저는 콧구멍 안쪽 미세 절개만을 통한 '비개방 방식'으로 주저앉았던 콧대 끝에 엉덩이 자가진피를 채워 넣는 12번째 수술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오늘로 수술한 지 정확히 32일이 지났습니다.
비개방으로 진행했기에 가장 두려웠던 비주 절개 부위의 흉터 덧남이나 괴사의 공포는 완전히 피할 수 있었습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흉터가 없어 회복도 훨씬 마음 편했습니다.
무엇보다 푹 꺼져있던 콧대 끝의 빈 공간이 자가진피로 채워지면서, 주저앉았던 라인이 다시 위로 도톰하게 솟아올랐습니다.
하지만 솔직한 블로그 후기를 약속드린 만큼, 현실적인 아쉬움과 한계도 가감 없이 적어보고자 합니다.
비개방은 겉 피부를 째지 않아 안전하지만, 의사가 코 내부를 훤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좁은 콧구멍 틈으로 기구를 넣어 감각에 의존해 수술해야 하는 치명적인 시야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가 제 코에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원래 계획은 콧대끝부터 꺼진 부위로 진피가 깊숙이 들어가 채워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좁은 시야 탓에 진피가 왼쪽 하단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위쪽에 뭉쳐서 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진피가 코 전체에 균일하게 깔리지 못하고 특정 부위가 살짝 뭉쳐 보이는 굴곡이 생겼습니다.
(검은색동그라미 부분이 진피이식한곳이며 검은색 빗금친부분에 들어가야할 진피가 화살표 표시한 윗쪽으로 뭉쳐들어가서 빗금친 부분의 진피가 없는상태)

치료 때 원장님께 이 부분을 여쭤보았고, 원장님께서도 솔직하게 인정하셨습니다.
"비개방으로 진행하다 보니 시야 확보에 한계가 있어 진피가 원하는 하단 부위까지 고르게 분산되지 못하고 위쪽에 뭉쳤습니다. 비개방 수술이 가진 어쩔 수 없는 기술적 한계입니다."
<45도 각도에서 바라본 9일차 사진>

하지만 실망하거나 절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원장님께서는 "1년 뒤 예정된 2차 코끝 재건 때 부족했던 부위는 추가 진피와 진피주사로 정교하게 맞추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안전을 위해 비개방을 택한 대가로 얻은 작은 불완전함이었기에, 저는 기꺼이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12번의 수술을 지나며: 완벽함 대신 평안함을 얻다
지금 제 코는 100점 만점에 100점짜리 완벽한 코는 아닙니다.
비개방으로 인한 약간의 진피 뭉침도 있고, 12번의 수술이 남긴 흉살, 오렌지껍질 같은 피부 흔적들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주저앉았던 콧대끝은 현재는 다시 살아났고(흡수과정을 거치면 어찌 될지 아직모름), 뼈를 깎지 않아 내 골격을 지켜냈으며, 비주를 째지 않아 소중한 피부 조직의 괴사 위험을 막아냈습니다.
이제 저는 조급해하지 않고, 새로 들어간 진피가 건강하게 생착될 수 있도록 제 몸을 아끼며 또다시 1년을 차분히 보낼 생각입니다.
1년 뒤, 남아있는 마지막 2차 코끝 재건과 미세 진피주사로 10여 년에 걸친 이 기나긴 잔혹동화에 마침표를 찍을 그날을 기다리면서요.
<콧대끝 자가진피 이식 재건 32일차 사진 -흡수될껄 가만해서 최대한으로 넣었다고 하였음...최대한 생착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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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탄 : https://tory12.tistory.com/40 비주 절개선 흉터, 혈관레이저
12탄 : https://tory12.tistory.com/41 12탄 콧대끝를 왜 깎았을까… 극심한 자책과 우울증 속에서 나를 살려낸 글
13탄 : https://tory12.tistory.com/42 비개방 콧대끝 자가진피 재건 (비개방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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